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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역사는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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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7-06-14 00:00 조회1,3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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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자유와 법을 보호하지 못하면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이야기는 작은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파리드 자카리아)

평화적인 촛불 혁명과 탄핵 가결. 시민들의 성숙된 의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SNS 등을 통해 많이 공유됐던 글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를 잊지 말자'는 것. 대학생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촉발됐던 시민항쟁의 결과가 또 다른 군부 출현으로 이어졌던 당시 상황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릇된 역사의 반복을 막고자 한 시민의 열망은 결국 정권 교체를 이끌어냈지만, 대통령만 바뀐 지금 이같은 변화가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예견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캐나다 출신 국제정치학자인 저자가 내놓은 <왜 나쁜 역사는 반복되는가>를 주목할 만하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변형을 통해 반복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 덕분이다. '역사는 비틀려서 되풀이된다-역사의 회귀', 'IS는 '중세의 괴물'인가-야만의 회귀', '당신의 국경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대탈출의 회귀', '푸틴의 러시아를 어떻게 할 것인가-냉전의 회귀', '"우리는 99%다"-불평등의 회귀' 등 5개 장으로 나뉜 책은 시공을 넘나드는 풍부한 사례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반복되는 역사의 장면들을 실감 나게 보여준다.

예컨대 저자에 따르면,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ISIS)는 칼로 적을 참수하는 등 중세의 야만적 행위를 답습하는 듯하지만,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범죄사실을 효율적으로 퍼뜨리고 병사를 끊임없이 모집해낸다. 냉전의 부활을 꿈꾸지만 사이버전 등을 펼치는 푸틴의 러시아도 비슷한 맥락이다. 세 살짜리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만, 역설적으로 난민을 막는 서방국가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면서 자유민주주의 모델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19세기 수준으로 계층간 소득 격차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 버렸지만 대공황과는 다른 형태로 진행되면서 시민들의 저항조차 사그라져버린 21세기 경제적 불평등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희생과 타협과 리더십을 꼽는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반복되는 역사를 반추하며 희생과 타협과 리더십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데 우리 모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 사회를 지켜내는 해답, 바로 '우리'다. 제니퍼 웰시 지음/이재황 옮김/산처럼/304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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